어쩌면 이번 총선은 시대의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리더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 법.
앞으로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를 놓고 봤을 때 한동훈 효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에도 몇번 썼지만 전 한동훈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검사 외 다른 경력이 없는 한동훈이 정치 지도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의 개인기는 여전히 물음표지만 한가지는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건 한동훈이 유권자들의 트렌드를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에도 이 부분에 대해 썼는데(이전 글) 그때만해도 이전 정치인과 다른 한동훈의 모습이 유권자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다는 정도도 봤죠.
지금보니 그것도 그것이지만 한동훈 효과는 시대의 변화라는, 더 큰 흐름에 힘입은게 아닐까 싶네요.
이른바 87년체제의 종말에 대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타협으로 요약될 87년 체제는 대통령 단임제, 지방자치제 등등만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정치적 자유주의, 친노동 정책, 복지 확대, 남북 평화, 양당, 글로벌 스탠다드 중시 등등이 이후 큰 흐름으로 이어져왔죠. 위에 이야기한 것들이 모두 민주당 정책 아니냐고 물으실 지 모르겠는데, 크게 보면 국힘 계열도 이 흐름을 따라왔습니다. 쉽게 말해 386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대세가 되었던 흐름입니다.
저 흐름도 이런저런 변화를 겪었죠. 가령 민노총이나 한노총 등의 세력은 양당이 자기 당내로 흡수하면서, 과거 노동을 대표하던 민주노동당은 정체성 중심의 정의당으로 바뀌었죠.
가장 극적인 것은 민주당의 변신(?)일 겁니다. 386세력이 아예 당의 핵심을 장악하면서 디제이로 대표되는 정치적 자유주의는 팬덤 정치로, 남북 화해는 도그마로 바뀌었죠. 가장 극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반일 민족주의로 퇴화한 것입니다.(토착왜구니 뭐니 들은 디제이는 저승에서 통곡했을 겁니다)
몇년전부터 87체제의 교체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정치권 밖에 등장했고 점점 그 목소리가 커지는가 싶었는데...
급기야 작년 민주당 연구원 부원장이었던 최병천씨는 진보의 30년이 지나고 앞으로 보수화의 30년이 올 것이라 단언하더군요.
복지의 확대보다 복지 제도의 정비, 고용보장보다 기업활동의 자유, 반일 민족주의보다 한미일 동맹 강화...
결국 이 흐름은 '운동권 정치의 퇴조'라는 것이고...앞으로 굴곡은 거치겠지만 결국 물리적으로도 얼마 남지 않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겠죠.
한번 흐름을 탄 유권자는 무섭습니다. 정치인 몇이 흐름에 저항하면 그냥 밟아 버립니다. 밟힌 정치인이 죽든 말든 신경도 안써요.
민주당으로선 정말 힘든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선거가 아니라 이후가 더 문제가 될 것 같군요.
민주당이 잘 해나가길 빕니다.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로서 진심입니다.